『행복의 정복』을 읽고
환오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나는 주부이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저녁에 또 육아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건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다른 방법을 내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밤마다 드라마를 한 편 더 틀던 나의 모습이 딱 그랬다.
자극을 통해 하루의 피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 자극 자체가 또 다른 피로를 만들고 있었다.
러셀은 이런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둔다.
자극은 본질적으로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되며, 흥분하고 있는 동안의 육체적 수동성은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다 _ 1부, '권태와 자극'
소파에 누워 화면만 바라보던 나는 정확히 그 '육체적 수동성' 속에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릿속만 자극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러셀의 말처럼 신경의 피로는 인간과 외부 세계를 가로막는 장막이 되고, 피로해지면 피로해질수록 그 피로를 풀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나의 밤은 딱 그 악순환이었다.
그리고 더 깊이 와닿은 것은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러셀은 죄의식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주며, 불행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되어 대인 관계의 행복마저 방해한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던 것도 바로 이 흐름이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의 사소한 떼도 감당이 안 됐다.
요즘은 매일 달리기를 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러셀의 이 말이 요즘의 나를 지탱한다.
행복한 삶은 대부분 조용한 생활이어야 한다. 참된 환희는 오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_ 1부, '권태와 자극'
관련 서평

총이 없는 나라에서 쓴, 총에 관한 소설
이야기는 한 통의 초대장에서 시작된다. 초대장에는 3D프린터로 소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 도면과 자금을 보내 주겠다는 내용이…

그 어둠속으로 빠질것까진 없는 《다크 심리학》
화제의 도서로 입소문을 탄 이 책을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사디즘까지 이미 많은 대중…

단절된 듯해도 이어진 공간, 아파트
밤이 깊어지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상자 안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해진다. 숨을 죽이고 있으면 천장 너머나 벽 너…

윗집 부부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70대 남자가 가슴께를 문지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다. 젊은 애들은 눈 감고도 원하는 물건을 척척 찾아내지만, 70대 노인에…

누구에게나 서툰 시절이 있다
2007년 춘절. 귀향길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 폭설 속에 기차는 멈추…

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 — 김금희, 《복자에게》를 읽고
당신은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가? 말을 삼키는 데는 의지가, 말을 꺼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끝내 전하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