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백수광부의 서평
백수광부

행복의 기원
서은국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신선했다.
지난번 모임에서 행복을 정복했는데, 이번에는 기원까지 파헤치겠다니.
행복 관련 책은 많이 봐왔지만, 이 책처럼 진화심리학의 칼날로 행복을 해부하겠다고 덤비는 건 처음이었다.
문제 제기가 달랐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느낀 건, 출발은 날카로운데 결론에 가서는 좀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뭉뚱그려버리는 느낌이랄까.
이 책에서 가장 걸렸던 대목은 긍정적 사고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다.
서은국 교수는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8장)라고 못을 박는다.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긍정적인 말만 계속 되뇌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행동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다운되어 있거나 나태할 때, 그래도 그걸 깨우쳐주는 건 긍정적인 메시지나 긍정적인 사고가 먼저다.
실천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공허하다고까지 단정짓는 건, 오히려 행동으로 이어가지 못한 데서 오는 자기비판을 감정 자체의 무용함으로 착각한 게 아닐까.
저자는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5장)라고 선언한다.
이 말에 나는 반반이다.
사람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고, 내면의 성취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발적으로 고립해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도 결국은 누군가와 그 결과물을 교류하고 싶어하고, 공감받고 싶어하지 않을까.
아예 보는 눈이 없는데, 몇십 년 동안 혼자 몰입하는 게 정말 즐거울까?
그 부분은 나도 궁금하다.
다만 행복이 오직 사람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좀 어폐가 있다.
최근 나는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작가님들을 만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다.
한번 갔다 오면 황홀할 정도로, 이런 세상이 있었나 싶다.
또 다른 분을 만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 책이 말하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6장)라는 문장이, 바로 지금 내 생활과 맞닿는다.
독서 모임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것, 엽서를 받아 꺼내 보는 것, 휴대폰으로 마음에 드는 풍경을 한 컷 찍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이 쌓여서 지금 나에게는 거대한 행복감이 되고 있다.
젊을 때는 큰 기쁨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시련을 맞고, 싸대기를 맞고 나면 기준치가 팍 떨어진다.
그러면 이것도 만족이고, 소소한 것도 다 감사하게 된다.
가족이 건강한 것, 평안하게 사는 것, 이만하길 다행이다 — 이게 스님의 마인드처럼 내려오면서 모든 게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목표를 향해 산을 오르는 게 중요한 줄 알았는데, 글 쓰고 사람들 만나다 보니 같이 오르는 발걸음,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나도 조금씩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이 책은 결론이 있는 책은 아니다.
행복에 결론이 있었으면 서점 한 코너가 행복 관련 책으로 도배될 리가 없다.
그런데 독서 토론 책으로는 참 좋다.
할 이야기가 많아서 왔다리 갔다리 해서 좋고, 각자의 생각과 비판을 나눌 여지가 충분하다.
나는 이 책이 던진 질문 하나를 아직 안고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소통이 행복이라면, 그 소통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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